2022년 5급 일행 2차합격자의 PSAT 후기(?) 메시지

이 글은 2022년 국가직 5급 공채 2차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2022년 9월 2일 오전 1시 35분, 제가 운영하는 밤도리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입니다. 본래 허락을 받아 공유해야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후련하게(!) 나가셨더군요. 피셋 준비하시는 분들이 꼭 보셨으면 하는 내용이 많아 실례를 무릅쓰고 공유합니다. 여기서나마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행여나 본인께서 이곳에 포스팅 형태로 공유되는 게 불편하시다면 갠톡 주세요. 아마 제 블로그 보실 일은 적어도 한동안은 없겠지만…

이하 본문.

 

※ 본인 성함으로 추정되는 부분은 🌰으로 마스킹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이지만 막상 정말 쓰고 가려니 뭔가...굉장히 머쓱하네요. 올해 초에 피셋을 마치고 머물렀던 고시반도 나오면서, 전문과목에 치여살다 적적함(?)을 해소하고자 잠시 들렀던 카톡방이었는데, 함께 힘내서 준비하는 여러분을 보면서 저도 계속 동기도 얻고 소소하게 머리 식힐 겸 문제도 풀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저는 내년 PSAT은 안 보게 됐습니다! 비록 아직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고 저의 다이어트는 아직 별 소득이 없는 듯하지만... 그래도 꿈에 더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끼면서 기쁘게 떠날 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방을 나가기 전에 수기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제가 뭔가 조언을 맘껏 드릴 만한 입장도 아닙니다만, PSAT에 관해서 느꼈던 몇 가지만 남기고 갈까 해요. 이 방의 주인이신 밤도리님께는 정말 큰 감사와 함께 심심한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3년 간 수험생활을 했고 그 이전에는 국어교사를 했습니다. 이 방은 PSAT방이니 PSAT만 기준으로 한다면 20 PSAT은 1차 정도는 거뜬히 붙겠지하는 오만에 취해 떨어졌고, 21 5급과 21 7급, 22 5급과 7급 모두 1차를 합격했습니다. 날 때부터 잘했다 뭐 그런 케이스는 절대 아니구요... 그 이전까지는 '이게 해도 느는 건가' 방황하다가 21년도 시험을 치르기 한 달 전쯤에 어느 순간 뙇! 하고 머리를 스치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돈오'라고나 할까요. '시험의 메커니즘을 이해했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피셋 풀라고 하면 실수도 많고 특히 자료해석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없을 자신이 있는 몹시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 때의 돈오 이후로부터 올해 PSAT까지 정말 스스로 큰 깨달음이 됐던 내용만 적고 가겠습니다.

 

첫째로, 기출문제를 소중히 다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스스로 생각할 때 교사 출신이라서 수험에 도움된 최고의 장점은 어떤 시험을 마주하더라도 늘 출제의도를 신경쓰면서 공부하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이 문제 만든 사람이 대체 뭘 물어보고 싶어서 문제를 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끔 했고, 저 스스로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어떤 시험을 치르든 빠르게 공부법을 정립하는데 정말로 유용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PSAT은 정말 훌륭한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출제위원들은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변별력을 위해 시시콜콜한 실수를 문제의 어느 지점에서 유발할까 고민할 겁니다. PSAT을 자세히 파면 팔수록 그런 부분들이 보이는 시기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우수한 공정을 거쳐 출제자의 의도를 꾹꾹 눌러담은 문제는 공식 기출문제를 제외한다면 정말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풀 때 제대로 푸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풀 때는 꼭 시간을 재고 풀어야 하겠지만, 문제를 분석할 때는 정말 꼼꼼하게 그 출제의도를 읽어내는 연습을 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제일 지양해야 하는 태도가 '아 이거 정말 하찮은 실수로 틀렸네. 다음 번엔 이런 실수 안 하면 되지.'하고 쿨하게 넘기는 공부 방식입니다. PSAT은 몰라서 틀리는 게 아니라 실수와 시간부족이 관건인 싸움이고, 바로 그 실수를 유발하고자 한 게 출제자의 의도일 테니까요. 절대로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둘째로, 2차 공부를 아예 놓지 말고 꾸준히 하셨으면 합니다. PSAT에 관한 얘기라면서 왜 2차 이야기를 하냐고 하신다면... 그것 또한 1차와 2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2차야말로 고시의 꽃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이 방 구성원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계실 7급 수험생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SAT 분명히 하면 실력 오르고 재능빨 시험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의 효율이 같다고는 도저히 단정지을 수 없었습니다. 선배 동기들 가운데 빠르게 합격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과 성향에 맞춰 PSAT과 2차에 투자해야하는 시간을 적절하게 분배할 줄 알았던, 전략적으로 공부 과정을 설계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소위 'PSAT재능론'이 단순히 PSAT뿐만 아니라 2차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2차를 몇 차례 낙방하며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견을 한 번 적은 바 있지만, 제 경험상 2차 시험은 결단코 재능만으로 되지 않고 상당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만 합니다. 주위의 최종합격자분들 중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PSAT에 적은 투자를 하고 2차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췄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1차를 붙어야 2차가 있으니 결국 1차라도 완벽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가짐 또한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마음의 여유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혹여 심리적 마지노선이 그리 널널하지 않으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시험의 첫 번째 진입장벽이라 단언하고 공채 준비를 진지하게 다시 고려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이 시험은 정말 잔혹해서, 합격을 두고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대부분의 수험생이 커트라인에 몰려 있습니다. '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희망고문이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여유가 갖춰지지 않으면 하염없이 수험생활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꼭 PSAT과 2차 공부량 모두를 염두에 두시고 계획을 짜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할 사람은 빨리 포기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믿으라고 하니 웃음이 나오실 수도 있겠지만, 도전하기로 굳건히 마음먹으셨다면 흔들리지 마세요. 특히 PSAT이 그렇습니다. 저 사람 말은 다 정답같고 나만 멍청하게 틀린 것 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틀릴 때면 진짜 세상 바보스러움은 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고 나의 지적 능력이 이리 한심했나 답답하고 억울할 때가 많을 겁니다. 저도 수험 초기에 피셋 풀 때면 빡X가리가 된 것만 같고 공부가 정말 많이 고통스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이 시험은 원래 그런갑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맞다'는 마인드셋으로 밀고 나가면 오히려 그게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점수가 잘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자만심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틀렸다고? 이 몸이? 왜? 어째서?' 이렇게 끊임없는 의심을 품으라는 의도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의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납득할 건 납득하게 되고 버릴 건 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좋지 않은 문제, 버려도 되는 문제'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도 보너스로 얻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 저는 해설을 보고서도 '해설이 옳다고? 내가 틀렸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덤비면서 종이랑(;;) 싸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카톡방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사소한 문제라도 친절하게 답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무엇보다도 꾸준한 자신감만이 이 시험 최고의 강적인 시험 당일의 긴장을 덜어줍니다. 여러분의 자신감을 믿으세요. 우리는 잘할 수 있었고, 내일 더 잘할 겁니다.

 

밤도 늦었고 진짜 짧게 쓰고 가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 버려서 죄송합니다. 밤도리님 해설 정말 많은 참고가 됐고, 제가 다른 해설이라든가 사설 문제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독학하시는 분들에게는 밤님 해설만으로도 딱히 부족함없이 완벽히 챙길 거 다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밤도리님 짧았지만 정말 많이 감사했어요. 바쁘신 와중에 이 방도 신경써주시는 전진명 강사님도 감사합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만약 제가 남은 관문도 운이 좋아서 여러분께서 나중에 공직에서 🌰이라는 이름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혹시 그 자인가?'하고 밤도리유니버스 사인을 슬쩍 흘려주시면 기쁘게 화답하겠습니다. 감격스러운 노력의 결실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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