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PSAT 시험시간 변경 (인사혁신처 정신나감)

썸네일이 마냥 어그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2년 7급 PSAT의 시험시간이 변경되었다. 원서접수까지 4일, 시험일까지 64일을 남겨두고 단 두 쪽짜리 공지문으로 뜬금없이. 그중 한 쪽은 시험시간 얘기가 아니니 사실상 한 쪽짜리다. 아니다. 그중 또 반 쪽은 2차 시험 시간표니까 반 쪽짜리 공지네. 요는 "장시간 시험으로 인한 수험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7급 PSAT 시간표를 기존 3교시에서 2교시로 줄이고, 1교시에 언어논리와 상황판단을 함께 치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공지의 조회수가 50도 되지 않을 때(오전 9시 반쯤이었다) 내용을 접했는데, "얘네 미쳤나?" 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제목에도 적고 썸네일에도 적어 놨지만 인사혁신처가 정신 나갔나 싶었다.

7급 PSAT, 언어+상판 합쳐 50문항 120분으로

우선 변경 내용부터 보면 다음과 같다.

작년 7급 PSAT에서는 10시~11시에 언어논리, 13시~14시에 자료해석, 15시~16시에 상황판단을 봤다. 영역별 25문항, 60분씩. 기존 민경채 PSAT에서도 계속 해왔던 방식이다.

 

2022년부터는 7급 PSAT에서 13시 30분~15시 30분에 언어논리와 상황판단을 함께 본다. 영역별 25문항, 60분이던 것을 단순히 합쳐 놓았으니 총 50문항에 120분이다. 두 영역이 한 문제책으로 합본돼 배분되며, 영역별 풀이 시간이 구분되지 않으니 120분 동안 풀고 싶은 영역의 문제를 자유롭게 풀 수 있다. 상황판단 먼저 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시험을 함께 본다고 해서 과락 기준이 통합되지는 않는다. 언어논리와 상황판단 채점은 따로, 성적도 따로 나오며 과락 기준도 각각 적용된다.

이걸 지금 공고한다고? 여기가 X소냐?

일러두건대 내가 이 공고를 보고 열받은 이유는 변경 내용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저렇게 합쳐놓고 장시간 시험 보는 건 환영이다. 장시간 집중에 아무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장고바둑 한 판 두는 게 더 부담이다). 장시간 집중에 부담이 있더라도 그건 대다수의 수험생에게 공통 사항일 것이고, 시험을 저렇게 합쳐 놓으면 전략적 운영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큰 이점이 있다. 그러니 언어논리와 상황판단을 함께 본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좀 많이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도 욕을 박고 싶진 않다.

 

정말 열받는 이유는 인사혁신처의 기만적인 태도 때문이다. 공고 시기를 생각해보자. 지금(5월 20일) 시험까지 며칠 남았다고? 64일 남았다. 64일. 두 달 하고 4일. 쉬는시간을 줄인다거나 전체 시간을 좀 밀고 당긴다거나 하는 '시험 외 시간'의 조정도 아니고, '시험시간' 자체를 뒤엎어 버리는 대형 개편 사항을 시험 두 달 남기고 공고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이게 어디 무근본 X소기업 채용 시험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가.

 

합격선 근처의 수험생들은 운영전략으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이런 식의 개편이 이뤄지면 언어+상판 운영전략을 통째로 다시 짜고, 그에 맞춰 다시 훈련을 해야 한다. 그 훈련 뭘로 하지? 문제 풀면서 해야 한다. 기출에 모강에 전모까지 돌려가며 운영전략 맞춰 놨더니 시험 두 달 남기고 "헤헤 시간표 바뀌었으니까 이대로 맞춰서 전략 다시 짜 오세요 헤헤 ^^7" 하면 어느 수험생이 열을 안 받을까? 비수험생인 나도 열받는데.

*전략 신경 안 써도 되는 이들은 논외지만, 설마하니 그런 사람들만 뽑겠다는 의도는 아니지 않겠나. 설마.

 

여기에 열 한 스푼 더 얹는 건 마치 수험생을 위한 결정이라는 듯한 인사혁신처의 태도다. 얘네는 놀랍게도, 공고문 맨 위에 이렇게 적어 놨다.

금년부터 장시간 시험으로 인한 수험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7급 공채 제1차시험의 시험시간이 변경되었으니 [붙임]의 시험시간표를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와! 이것만 보면 고매하신 인혁처 행님들께서 수험생들을 배려한 어마무시한 적극행정을 펼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수험생들을 위한 결정이라면 올해 초에 미리 공고를 해줬어야지. 그게 정상적인 사고 아닐까? 장시간 시험으로 인한 수험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변경 내용에 비추어 보면 아리까리하다. 전체 시험시간은 줄었지만 120분짜리 1교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자가 덜어줄 부담과 후자가 더해줄 부담 중 어느 쪽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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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에서는 이 내용을 다룬 기사에 "문제를 푸는 실제 시험시간에 비해 전체 시험시간, 즉 휴식시간이 너무 길어 비효율적이다"는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라고 썼다. 휴식시간이 너무 길어 비효율적인데 왜 시험시간을 합치는 걸까. 이런 가설은 내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휴식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겠지. 시험시간 연장 대상자들은 일반 전형 응시자보다 1.5배 또는 1.7배의 제한시간을 제공받으니까. 그래서 나온 대안이 지금과 같은 모양이라면 음,,, 할말하않이다.

 

인사혁신처에 빡친 건 빡친 거고, 수험생들은 재빨리 개편된 시간표에 맞춰 전략을 재수립하고 사이클을 맞춰야 한다(전략에 관해서는 별도의 글을 쓰려고 한다). 어차피 항의한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고. 톡방에 계신 수험생들이 전화 문의한 결과 바뀔 가능성이 없고 앞으로 몇 년간은 변경된 시간대로 가지 않겠느냐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7급 PSAT 언어논리+상황판단 통합 운영 전략

에잇, 내가 5급 난도조절 조진 것도 어찌 보면 그럴 수 있지 싶어서 따로 글을 안 썼는데 이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