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AT 자료해석, 계산과 수학이 필요없는 이유

PSAT 자료해석, 계산과 수학이 필요없는 이유

PSAT 자료해석 공부를 위해 계산연습부터 하라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돌을 던져도 좋다.

 

미안하다 이거 읽히려고 어그로 끌었다. 자료해석 푸는 데 계산이 1도 안 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다. 'PSAT 자료해석 영역'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본질이 계산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계산은 수식을 세워서 정확한 계산 결과값을 뽑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건 계산기 돌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다. 인혁처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건 계산기 시키면 된다는 거 그들도 다 안다. 현직자들도 미쳤다고 계산기 냅두고 직접 계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현직 공직자로 일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겠다고 내는 시험에서 현직자도 계산기 쓸 법한 계산 문제를 낸다? 어불성설이다. 만약 당신이 PSAT 자료해석을 공부하다가 '하 씨 이거 계산기 쓰면 되는 건데 왜 이딴 시험을 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공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거나, 이 시험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PSAT 자료해석 영역은 대부분이 계산기 없이도, 바꿔 말해 정밀한 계산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된다. 하물며 수학? 아예 모르는 건 좀 곤란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까지만 제대로 공부했어도 아무 문제 없다(당장 내가 중2부터 수학책 집어던졌다니까?). 그러니 자료해석을 보는데 계산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면 그 계산을 정말 해야 하는 것인지부터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자.

 

서론(을 가장한 요약)은 여기까지. 2021년 5급 PSAT 자료해석 기출문제 몇 개를 통해 왜 자료해석에서 정밀한 계산과 수학 공부가 필요없다고 하는 것인지, 이 시험이 정말 요구하는 역량이 뭔지 알아보자.

 

※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중학교 이하 과정은 제대로 안다고 가정하고 쓰는 글이다. 그때까지 수학은 항상 100점을 맞고 이런 게 아니라, '기본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를 말하는 거다. 솔직히 이 시험 보려는 사람 중에 중학교 이하 과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료해석은 말 그대로 '자료'+'해석'이다

PSAT 자료해석을 얼핏 보면 비율, 증가율 같은 개념들이 막 나오고 주석에는 분수식이 들어가 있고 아주 복잡해 보인다. 분수식이 나왔으니 넣어서 계산해줘야 할 것 같고 그렇다. 뭐 그런 계산을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이건 시험이고, 응시자는 문제에서(선지에서) 요구하는 범위까지만 해결하면 된다. PSAT 자료해석에서 정밀한 계산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건, 각 문항의 선지에서 정밀한 계산 없이도 판단 가능한 정보를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밀한 계산은 계산기 시키면 되는 거니까.

 

예시) 2021년 5급 자료해석 2번
아주 기본적인 자료 이해 능력을 묻는 문제다.

올해 자료해석 2번이다. 가장 쉬운 유형이고, 자료를 이해하기만 하면 풀 수 있는 문제다. 계산이나 수학이 있는가? 없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OO비율'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만 찾으면 된다. 어, 근데 이건 계산 아닌가요?

 

뇌혈관, 심장, 희귀 질환의 1분위 가구당 보험급여는 각각 전체질환의 1분위 가구당 보험급여의 3배 이상이었다.

 

이러면 128,431의 3배가 되는지 나눠(곱해) 봐야 하잖아요!?

 

예시) 2021년 5급 자료해석 2번 일부

이게 327,223을 128,431로 정밀히 나눠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서 또 726,724를 나눠 보고, 729,830을 나눠 보고… 그 래야 검증할 수 있는 문장인가? 아니다. 이 정도는 눈으로만 슥 봐도 3배 넘는지 안 넘는지 보여야 한다. 128,431의 3배 라면 최소한 앞 두 자리가 36x,xxx을 넘으리라는 건 구구단만 외웠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이걸 손으로 일일이 써서 나눠 보 고 있다면, 그게 바로 PSAT 자료해석 영역이 걸러내려는 인간형의 일종일 듯하다. 이런 건 '계산'이라고 부르기에도 뭣하 다.

 

예시 문제
뭔가 계산을 해야만 할 것처럼 생겼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뭔가 계산을 해야만 할 것처럼 생겼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바로 다음 문제다. 얘는 정말 계산을 해야 할 것처럼 생겼다. 환경 분야 재정지출 금액을 물어봤으니까 표 1의 전체 재정지출액에 표 2의 비중 곱해서 뽑아줘야 할 것 같고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번 선지가 물어본 게 뭔가? '금액'을 물어본 게 아니다. '금액이 매년 증가하느냐'를 물어봤다. 금액 구할 거면 그냥 계산기 돌리면 되지 뭐하러 사람한테 그걸 시킬까? 우리가 판단할 건 금액이 매년 증가했는지 아니면 감소한 해가 있는지뿐이다. 그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환경 분야 재정지출 금액은 위에서 말한 (전체 재정지출)×(환경 분야 재정지출 비중)으로 계산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교육과정에서 곱셈의 성질을 배웠다. 곱하는 수들이 다 커지면 곱한 결과값도 커지고, 곱하는 수들이 다 작아지면 곱한 결과값도 작아진다. 한쪽은 가만히 있고 다른 한쪽만 커지거나 작아지면? 다른 한쪽의 증감 방향을 따라갈 것이다.

 

<표 2>에서 2015년~2017년 동안에는 (환경 분야 재정지출 비중)이 똑같다. 이는 (전체 재정지출)의 증감 방향에 따라 '환경 분야 재정지출 금액'의 증감 방향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 기간에 전체 재정지출이 감소한 해(2017년)가 있으므로 1번 선지가 답이 된다.

 

이 과정에 계산이나 수학이라고 칭할 만한 게 있는가? 없다. 전체 재정지출이 줄어든 해조차 찾지 못한다면 계산이 아니라 수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시 문제

8번 문제다. ㄴ, ㄷ 선지에서 증가율을 물어봤다. 이것도 증가량/원 값 해서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응, 아니다.

 

증가율 공식은 앞에 쓴 저것이다.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러면 증가율이 커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건 그냥 분수잖아. 분자가 커지거나 분모가 작아지면 커진다. 이 분수의 성질 역시 초중 교육과정만 잘 따라왔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ㄴ을 보자. 증가율이 가장 '큰' 조사연도를 찾고자 하니 남들 다 증가할 때 혼자 감소한 숙종25년은 보자마자 제외해야 한다. 그럼 증가한 애들끼리 비교하려면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응, 아니야.

 

숙종 원년에는 조선왕조실록과 호구총수 양쪽 모두 5~6만 안팎 증가했는데, 숙종 19년에는 양쪽 모두 30여 만이 증가했다. 숙종 19년의 증가율이 더 크다는 걸 굳이 손으로 써서 계산해봐야 알 수 있는가? 분자가 여섯 배가량 큰데도 그 값이 더 작으려면 분모가 여섯 배보다 더 커야 한다. 딱 봐도 그렇지는 않다.

 

ㄷ도 보자. 두 해의 양쪽 구 증가율을 비교하라고 한다. 와, 이건 정말 계산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잘 보자.

 

비교 예시
왼쪽이 조선왕조실록 구, 오른쪽이 호구총수 구

조선왕조실록이 숙종 원년에는 호구총수보다 더 작았는데, 숙종 19년에는 더 커졌다. 더 작았던 게 더 커졌으니 당연히 증가율이 더 크겠지.

 

역시 계산이나 수학이라고 할 만한 과정은 없다.

근데 정말 계산해야 하는 것도 있던데요?!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주기 위해 위에서는 쉬운 문제들을 가져왔지만, 어려운 문제들은 정말로 일정량의 계산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8년 주세 문제와 2019년 LTV·DTI 문제. 그런데 그런 어려운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위에서의 주장이 약화되지는 않는다.

 

일단 그 어려운 문제들을 제끼고 나머지만 확실하게 풀 수 있어도 합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한 세트에서 킬러문항이 열 문제 이렇게 차지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건 '버린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더라도 넉넉한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어려운 문제들에서 요구하는 계산도 사칙연산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도의 수학 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그랬으면 난 자료해석 해설 못 썼을 거다), 자료해석능력이 적절히 갖춰져 있다면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결론은 PSAT 자료해석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다면 계산연습이나 수학공부를 필수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 관점에서 그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사칙연산조차 제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다. 간단한 사칙연산조차 오류가 나거나 너무 느리다면 그 정도는 보완해줘야 한다(PSAT 응시자 집단이 그 정도는 된다고 전제하고 문제를 낸다고 생각한다). 혹은 초등학교, 중학교 수학조차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경우. 기초 이론 다시 보강해야 한다.

 

진짜 해야 할 것은 계산을 걷어내려는 시도다. 수험생 분들의 PSAT 자료해석 풀이 문제지를 볼 기회가 많은데, 고수와 하수의 가장 큰 차이가 시험지에 계산식이 적혀 있느냐(적혀 있다면 얼마나 많이 적혀 있느냐)다. 이 문제 이 선지가 정확히 어떤 정보를 요구하는 건지,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디까지만 보면 되는지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이런 선지가 있다.

 

어려워 보이는 예시

ㄹ을 보자. '기술인력 부족률이 두 번째로 낮은 산업'이 '반도체'란다. 반도체 부족률이 1.6%라고 나와 있긴 한데, 나머지는 빈칸이 너무 많다. 이거 다 구해야 하는가? 아니다. '반도체'가 '두 번째로 낮은 산업'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만약 그게 맞다면 '반도체'보다 부족률이 낮은 산업이 딱 하나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족률 식이 좀 못생겼다. 분모는 또 귀찮게 현원+부족인원을 하라고 시킨다. 이거 더해줘야 하나? 아니다. 그냥 부족인원/현원만 봤을 때 1.6%보다 작으면 제대로 계산했을 때에는 분모가 커지므로 더 작아질 것이다.

 

디스플레이가 256/50100이니까 1%도 안된다. 조선은 651/60301인데 이것도 1.6%에는 못 미친다(이런 걸 손계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반도체가 뒤에서 2등은 아니겠네.

 

혹시나 해서 덧붙이지만, 이 글은 '계산 연습은 절대 필요가 없다!'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계산 연습이 마치 PSAT 자료해석 공부의 필수품인 것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계산 능력은 이 영역이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산 능력이 과하게 부족해 풀이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라면 어쩔 수 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

 

아, 그리고 분수 대소비교나 곱셈 대소비교 스킬을 아는 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거 연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글쎄다. 원리 정도만 확실히 알아도 별 문제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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